클라이밍 시작의 서막

클라이밍 시작

클라이밍을 시작하게 된건 아는 형의 권유였다.

클라이밍이라는 것이 멀리서 듣기엔 어렵고 무섭게만 느껴졌다.

상상을 해보자면 뭔가 절벽에서 손가락으로 힘겹게 올라가는 무협지 소설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나중에 기회되면, 나중에 시간되면이라는 핑계를 대며 점점 미뤘었다.

하지만 주변에서 여러번의 권유도 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여자친구도 갑자기 클라이밍을 시작해 나에게 같이 가자고 했다.

그때 나는 생각했다. “이야 이거 정말 나만빼고 다 클라이밍 하는구나,

나도 빨리 클라이밍 시작해서 고수가 돼야겠다.”

그때는 규칙적인 헬스와 식단으로 체지방량 10프로 쯤을 달성 후

운동에 대한 자신감이 한층 올라갔을 때라 하기만 하면 3개월안에 고수가 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처음 실내클라이밍장에 도착했을 때 느낀 것은 와.. 요기는 설렘이 가득한 어른들의 놀이터야! 라는 생각이었다.

클라이밍장은 험악하고 다들 헉헉 대면서 살벌한 눈빛으로 벽을 오르고 있을거야 라는 나의 편협한 편견과는 달리

사람들은 다들 삼각대에 휴대폰을 고정하고 찍고있고, 하하호호 웃으며 어떤 알록달록한 돌에 매달려서 벽을 올랐다.

누군가 실패하든 성공하든 다같이 응원하는 분위기였고 뭔가 그런 분위기가 정말 오랜만이었다.

마치 옛날에 트램펄린장에서 덤블링하면 다같이 박수쳐주던 친구들이랑 같이 노는 시절같은 느낌이었다.

그 시절이 눈앞에 아른거려 홀린 듯이 지갑을 꺼내 일일권을 끊고 아는 형에게 클라이밍의 기초를 배웠다.

처음 배운건 클라이밍장에서의 규칙과 삼지점, 인사이드 스텝, 아웃사이드 스텝이었다.

인사이드 스텝과 삼지점 까지는 머릿속으로 이해갔다.

음…그렇네 저렇게 하면 하체로 체중이 분산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드는 기본기있는 자세였다.

하지만 아웃사이드 스텝을 형이 직접 올라가 시범을 보였을 때 사실 저게 왜 효율적인 자세인건지 이해를 못했다.

형이 잘못된 자세를 보인 것이 아니라 아웃사이드 스텝 그 자체에 대한 의문이었다.

뭔가 저 자세를 써야될날이 진짜 너무너무 가끔 찾아올것만 같은 느낌이여서 머리에 열심히 담지 않았던거 같다.

그렇게 이해가 되지않은 채로 그 당시 클라이밍장에서 가장 낮은 난이도였던 빨간색 문제를 도전했다.

벽 앞에 가만히 앉아서 멀뚱멀뚱 빨간색 문제를 바라봤을 때는 나한테는 ..어려울꺼야..실패하겠지 높다 저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실제로 올라보고 나니까 엥? 벌써 완등했다고?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자랑스럽게도 내가 키가 커서 다른 이들보다 몇개의 홀드를 건너뛰고 빠르게 도달한 것도 있지만 그래도 생각한 것보다 많이 쉬웠다.

이때부터 마음속에 있던 두려움들이 갈비탕안에 있는 고기마냥 살살 녹았었던 것같다.

그 즉시 거기서 비슷한 난이도 문제는 선임이 눈에 보일때마다 경례하는 이병마냥 다 도전해봤다.

클라이밍장에 있던 빨간색 난이도 문제를 거의 다 풀었을 때 쯤 팔의 감각이 이상해서 보니까

전완근이 장수말벌에 쏘인 것마냥 팅팅 부어올라 거의 손목을 가만히 있어도 펌핑이 느껴질 지경까지 도달했다.

팔을 본 순간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그것이 클라이밍 자세와 힘의 효율성에대한 자조적인 반성이면 참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아니였다.

그때 내가 한 생각은 “헬스로 단련된 강한 내 팔이 이럴리가 없는데…?” 같은 이세계에 떨어진 용사들이나 할 법한 생각에 가까웠다.

심지어 옆을 봤을 때 아는 형은 나보다 훨씬 어려운 난이도를 하는데도 전완근이 멀쩡한데

나는 고작 이거 몇개 풀었다고 전완근이 팅팅 부어있던게 도저히 이해가 안갔었다.

그래서 나에게 기초를 알려준 형한테 누구보다 빠르게 달려가서 물어봤다.

형은 너가 자세를 안낮춰서 팔이 너무 힘을 많이 쓰고 있다고 나에게 말했다.

그때가 아! 클라이밍이 팔로만 하는 운동이 아니구나를 첫번 째로 깨달은 순간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당연한 건데 펌핑된 전완근으로 자존감이 떨어져 잠시 똑똑하지 못했던 나는

그때는 망치로 머리를 얻어 맞은 것마냥 큰 충격을 받고 아! 하체를 사용하는게 중요하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나는 그걸 깨닫고도 하체를 쓰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에

홀드 위에서 팔을 힘껏 당긴 채로 하체를 써야해! 라고 마음만 먹은 채로 클라이밍을 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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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잔뜩 부풀은 전완근으로 클라이밍을 하던 중 우연히 초록색 난이도를 도전하게 되었다.

그것은 밸런스 문제여서 팔 힘도 안들었었고

밸런스 문제라는 이름답게 마치 조금만 더하면 깰수 있을 것만 같은 희망을 잔뜩 안겨주었다.

그날 저 문제를 깨지못하면 집에 가지않을 꺼야 라고 다짐하던 나는

어느새 시간을보니 3시간 30분이 지난 후였고

내 팔과 친구들이 집에 가자고 말하는 탓에 다음에 와서 저 문제를 깨겠다는 야수같은 마음을 가진 채로 집에 오게되었다.

그때 부터였다…클라이밍에 빠져버린 것이…

다음화에 계속

클라이밍 원정-더클라임(신림점)[클라이밍장 간접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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